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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8일 월요일

말고기를 먹으면 발이 시려워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광대 무비한 황무지의 땅,
끝없는 지평선,
카자흐스탄은 남한 면적의 30배가 넘는 광대한 땅덩이에 1500만도 안 되는 인구들이 살다보니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중국인이 까작(카자흐 사람)에게 했다는 말,
“너희 나라엔 1500만이면 서로 다 알고 지내겠네, 너희는 너희나라 사람들 이름 다 외우지? ”
격변의 시대에 연해주의 한인들을 대륙횡단 기차에 싣고 가다가 중앙아시아의 어느 황무지에 내려놓고 갔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알마티의 고려인촌이다.
알마는 사과를 뜻하고, 사과의 도시가 알마시티이다.
예전엔 전 도시가 사과의 향기가 충만할 정도로 사과의 주산지였는데, 지금은 사과나무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알마티는 나의 지인이신 전상현 선생님의 도움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분의 초대로 그곳의 유명한 한인이 운영하는 가라오케를 가보게 된다.
그곳에서 알마란 이름을 가진 여급을 만났는데 동그란 얼굴에 보조개가 깊이 파이는 그야말로 사과 같은 여인이었다. 그래서 그곳의 여인들은 모두 사과처럼 생겼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많은 서로 다른 인종들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 백계 러시안을 비롯하여 우크라이나, 우즈벡, 위구르, 고려인이라 불리는 조선족들이 대표적이고, 까작이라 불리는 그곳의 원주민은 원래 우리와 같은 종족인 알타이 계통이라 아기 때는 엉덩이에 몽골반점이 있다고 한다.
말고기 먹으면 발이 시려워요
알마티의 아가씨들은 살이 찐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들은 담배를 엄청 피운다. 알라는 경우 여고 1년인데도 보통 골초가 아니다. 13세부터 담배를 피웠다는데 담배를 척 빼물고는 담배불을 요구 할 때는 아무리 문화의 차이가 난다해도 속에서 담배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오른다.
그녀들은 과일을 즐겨 먹으며, 밥은 거의 안 먹는 편이다.
반면에 고기라면 무슨 고기든 잘 먹고, 특히 말고기는 굉장히 즐겼다. 입이 짧아 거의 안 먹고사는 줄 알았는데, 말고기를 좋아하다니.... 알마티는 말고기가 제일 비싸고, 돼지, 닭, 양, 소고기 순으로 값이 정해져 있었다. 말고기는 비싸다 보니 고급음식이었고 그들의 최고의 기호 식품이었다. 식성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게 부위별로 따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었다. 순대처럼 길게 말아 놓은 말고기는 시커먼것이 마치 남성의 그것과 흡사하게 생겼다. 물론 말의 그것처럼 굵고 길지만..... 랩으로 포장된 것은 번들 거려 더욱 흉측스러운데 날카로운 칼로 툭툭 잘라서 먹어보면 제법 맛이 있었다. 담백하고 짭짤한 그 맛은 질리지가 않는 편이다. 어느 학자가 쓴 여행기를 읽어 보니 모르고 먹은 고기가 말고기임을 알자 구역질을 해 대엇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는데 웬 호들갑인가 싶었다. 내가 잘못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나라에서고 음식을 가려본 적이 없고,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저건 야만인들이나 먹는 ..... 이런 생각은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들이다.
우리들을 안내한 사람 중에 알까지란 이름의 고려인 사진작가가 있었다.
그의 한국성은 정씨였는데 덩치가 크고 나이에 비해 겉늙어 노인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나이가 많지 않아 우리들과 터놓고 지내기로 하였다. 하지만 영감태가 너무 흘러 도저히 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김상문 작가와는 쉽게 말을 터놓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는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여 우리가 답답할 적이 많았다. 답답함으로 인하여 김상문 작가와는 자주 티격태격 다투었는데 이를 보노라면 한편의 커미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야 정씨, 너는 고려인이라면서 한국말을 그렇게 더듬거려서 답답해서 살겠냐? 답답하다 답 답해,”
“야 김, 내야 우리 아버지가 못살아 공부를 못시켜 한국말을 잘 못한다마는, 너는 잘 사는 나라 한국에서 공부 많이 했는데, 왜 내 말을 못 알아 먹냐? 답답하다. 답답해 .“
둘의 대화는 시종일관 이랬다.
이 친구 어느 날, 말고기를 씹다 말고 넌지시 한마디 던진다.
“말고기를 먹으면 발이 시려워-”
“말고기를 먹는데 왜 발이 시렵나? 말고기에 무슨 약이라도 들었나?”
“그게 아니고, 말고기를 먹으면 정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발이 시려워-”
“참 나, 정력이 좋아지는데 왜 발이 시렵냐고?”
“말고기를 먹으면 그것이 빳빳하게 서는데, 그러면 바짓단이 들려 올라가서 발목이 나오니 발이 시려워 -”
나는 재빨리 그 친구의 입으로 들어가는 말고기를 낚아채어 내 입으로 털어 넣었다.
말고기가 정말 발을 시렵게 하는지 확인하여 보지는 못했지만 알마티 거리를 지나치는 여인들을 무심코 보고 있노라면 그녀들의 엉덩이가 정말 발을 시렵게 하고도 남는다. 하나같이 똥고팬티에 볼륨을 강조하는 스타일인데가 원래의 체형이 엉덩이가 풍만한 족속들이기 때문이다. 긴 다리와 팽팽한 긴장을 지닌 허벅지를 지나 쭉 뻗어 올라간 엉덩이의 유려한 곡선은 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우리들은 그곳에서 몇 명의 여대생들과 여고생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여인들을 만나면서 내 무대에 등장 시킬 수가 있었다. 이 때 만난 나의, 아니 내 카메라의 아름다운 주연들과 조연으로 출연할 역사속의 여인들과 엎치락 뒤치락 실강이를 벌리며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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