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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한 김주현 한국사진방송 이상봉 기자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한 김주현
[리뷰] 김주현 바이올린 독주회를 보고







부드럽다. 깔끔하다. 어린아이가 부리는 재롱처럼 활이 줄 위에서 톡톡 튄다. 연주자의 눈은 지그시 감기고 몸은 서서히 앞뒤로 흐느적거린다. 그녀가 활을 들고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객석의 사람들은 숨을 멈춘다. 잠시 조율의 순간이 지나고 그녀의 움직임과 현란한 손놀림에 마취돼버린다.

그는 인어가 돼 연주한다. 왕자를 사랑하는 인어는 상아색 드레스로 그녀의 사랑을 드러낸다. 그녀는 잠시 사람이 아니다. 왕자를 사랑하는 인어마냥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인어로 변신해 아름다운 음(音)의 숲을 유영한다. 그의 유영에 모두는 유혹당하고 그의 아름다움에 모두 감성을 적신다. 그는 마술사다. 부드러움과 빠름과 느림으로 모두를 휘어잡는 음의 마술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차세대 예술 인력'으로 선정된 김주현 바이올리스트의 독주회가 지난 18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렸다. 김주현의 이번 독주회는 2년에 걸쳐 연주하고 있는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 마지막 연주회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연주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주는 4개의 소나타곡이 연주됐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곡들은 간결하고 미려해 관객들은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연주자에겐 오히려 그 간결성과 미려함 때문에 조금의 불안감과 어색함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연주를 해야한다.

연주가 까다로운 곡들임에도 김주현은 난이성을 그만의 순수함과 간결함으로 표현했다. 그는 연주회장을 빈틈없이 가득 채운 객석을 흥분 상태로 몰고 갔다.

그녀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의 < Sonata B-flat Mator, KV. 378. 1악장 >을 연주했다. 그녀는 이 곡을 소나타 형식으로, 적당한 빠르기로 연주하며 객석의 시선을 무대 중앙으로 끌어들인다. 느림으로 모두를 사로잡은 <2악장>은 느긋하고 편하다. 칭얼대는 아기를 재우는 어머니 같다. 각 현을 옮겨 다니는 활은 아주 세련되고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객석은 여전히 그에게 잡혀 있다. 그러나 <3악장>으로 들어서면서 현란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어울림이 격해지며 객석에 있는 이들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긴장감으로 몰아세운다. 3층까지 가득 메운 연주장은 그녀의 현란함으로 한 덩어리가 된다.

저녁놀이 붉게 물든 서해 하늘은 붉은 색이 진하고 엷게 번져 나간다. 색의 그라데이션이다. 김주현의 세 번째 곡 < Sonata E-flat major KV. 481 >을 들으니 마치 하늘의 붉은 색이 그라데이션으로 번져가듯 노을 지는 바다가 연상된다. 바이올린의 음도 조금씩 커지고 작아진다. 부드럽고 거칠게 이어지는 음의 변화는 색의 번짐과 같다. 그라데이션으로 느껴지는 그의 연주는 객석의 관객들 모두를 휘어잡는다.

잠시 지친 듯 피로의 기색을 보이는 짧은 시간적 공간은 마지막 곡 < Violin Sonata B-flat Major KV.454 >의 연주에서 털어 버리고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로 관객을 이끈다. 그렇게 그는 2년 여에 걸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의 연주를 마쳤다. 2시간 동안의 연주는 관객과 호흡을 같이 했고, 그 시간은 작은 소음도 허용치 않으며 모두를 한데 묶어냈다.

김주현은 이번 연주회에 대한 서문에서 "모차르트의 연주가 화려하게 드러나는 놀라운 감정의 감동은 조금 부족해 보이고 밋밋한 느낌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모차르트의 단순함 속에서 포근한 희망과 순수한 산들바람의 여운을 느끼는 마음을 간직해 가기를 원한다"는 말로서 이번 연주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픈 메시지를 표현했다.

예술가의 임무 중 하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으로 대중과 만나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정서를 순화하고, 교양을 높이는 것이다. 김주현 바이올리니스트는 예술가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벌이고 있는 연주는 지속적이다. 2년여에 걸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는 획기적인 구상이었고, 그 마지막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이제 그녀는 내년 2월 그의 스승 코엘만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열고, 이후 아시아 투어도 가질 예정이란다. 그리고 내년 5월과 12월에는 새로운 기획연주 베토벤과 바흐, 브람스를 연주하는 '3B 시리즈'도 시작할 예정이다.

김주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2000년 독일 뒤셀도르프 로베르트 슈만 음악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석사와 박사 과정을 차례로 마쳤다. 각각 김남윤씨와 루돌프 코엘만에게 배웠다. 2002년 브람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이듬해인 2003년 여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브람스페스티벌에서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와 함께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2004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한예종 등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05년 1집 앨범 < Plays Estrellita >를 비롯해 올해까지 3개의 앨범을 낸 그는 최근 디지털음원 차트에서 <넬라 판타지아>와 < you raise me up > 등으로 클래식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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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uram54@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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