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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5일 금요일





고선지를 만나다.

내 여행의 화두는 언제나 여자였다.
그것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생의 반 이상을 여자의 몸을 보기위한 아니 내 안에 새기기 위한 여행이었으니 숙명이란 단어가 그리 어색하지도 않을 터였다. 그 여자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끌어다 무대위에 올려야 할 영웅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역사의 큰 물줄기를 그은 고선지가 오버랩 되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번 여행에선 고선지를 만날 것이다.

고선지,
세계 역사상 유명하기로 따져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당(唐) 제국의 장군이다. 그가 그토록 유명해 진 것은 당의 장군으로 서역의 탈라스란 곳에서 압바스 왕조의 이슬람 연합군들과 치룬 전투 때문이다. 그는 이 전쟁에서 무참히 패하여 도주하고 만다. 패장이면서도 승장인 지야드 이븐 살라히 보다 그토록 유명해 진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쟁 후 중앙아시아 일대와 중동아시아 일대는 이슬람화하여 오늘에 이른다.
이 전쟁에 포로로 잡힌 당의 병사들 중에는 많은 기술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의 찬란한 문화와 기술을 서역을 통하여 유럽까지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 포로들의 기술로 사마르칸트엔 유명한 종이 공장이 세워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이들이 만들어져 각처로 팔려나가게 된다. 물론 유럽에도 제지술이 전달되어 오늘날 유럽 문화의 원조가 되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나침반 도자기등도 이때 전파 되었던 것 같다.

고선지는 고구려의 후손이다.
한국에선 동족이라고 그토록 반가워하곤 하였는데, 사실 고구려가 한반도의 평양까지 진출하였던 대제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단일민족, 배달민족 운운한 논리로 본다면 우리의 영역 안에 포함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韓) 민족은 한강 이남에서 주로 농업과 어업을 주업으로 한 종족들을 말하고, 고구려인들은 말갈, 여진, 맥, 몽골 등 북방의 유목민들과 농경민족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뭉뚱그려 요동인들 이라 하면 맞을 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요동 땅 나아가서 중국의 북경 일대까지 포함한 그 넓은 땅을 누볐던 그들 모두는 중국의 한족과는 엄연히 구별 되는 우리 민족이란 것이다. 즉 우리 민족을 한강 이남에 거주하는 농경민족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테일하게 여진이니 말갈이니 하지만 그런 구분은 전라도사람 경상도사람 구분 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동땅을 누비던 우리 민족들은 다 같은 하늘의 자손들이다. 즉 두목을 하늘, 한(칸;汗)이라 일컫고 하늘을 향한 천제를 지낸다. 흉악한 종놈들이란 뜻의 흉노족(匈奴: 중국의 식자들이 한문으로 그렇게 명명 했을 뿐 실은 한울족(하늘)이란 뜻이다.)들은 신단수 아래에서 백성들이 다 모여 축제를 벌이고 천제를 지내곤 했다. 이 때 사슬을 세우는데 이것이 요즘말로 솟대이다. 고구려 부여의 영고 동맹등도 같은 의식이다. 풍속이 같고 말이 같은데 어찌 다른 민족이라 할 것인가?

결국 고선지의 뿌리는 우리 민족 고(高)씨이다.
악비는 송나라 장군으로 중국인들의 긍지 속에 살아있는 장군이다.
그는 모함을 받아 죽었는데, 중국인들이 지금도 그것을 너무나 안타까워하여 원통하게 죽은 장군이란 칭호를 부쳤다. 중국인들은 유방과 함께 초패왕 항우를 멸망시키고 한나라를 건국한 한신, 팽월 등 원장 10위를 기리는데 그 10위 안에 악비 한신등과 나란히 고선지가 들어 있다고 한다. 한족이 아닌 장군으로선 고선지가 유일 하다는데서 고선지가 중국에서의 위상이 어떠한가를 짐작 할 수가 있다.

오랄 스타인(Aurel Stein: 돈황의 많은 벽화들과 귀중한 고대 문서들을 대거 도둑질해 간 영국의 역사학자겸 여행가)은 자신이 발로 뛰어 조사한 사료를 분석하며 고선지의 서역 원정이야말로 카르타고의 한니발이나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능가하는 업적이란 분석이었다. 오늘날 중국의 영토가 티벳까지 확대 된 것은 그의 업적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선지가 중국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려면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이 있다. 측천무후, 상관완아, 그리고 그 유명한 양귀비이다. 내 본래의 영역인 “나의 화두는 여자였다” 안에서 활약할 여인들의 대충이다. 그렇다고 내 얘기의 주연들이 그녀들이란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고선지일까?
그도 조연일 뿐이다.

내 얘기의 진짜 주연들은 알마티와 이식쿨에서 만난 여인들이다. 말이나 글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새빨간 피가 붉은 입술과 오동통한 볼을 감도는 살아 있는 그녀들은 놀랍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나를 대하곤 하였다. 물론, 그녀들이 당 황제나 몽골제국의 쿠빌라이의 비빈들처럼 나에게 그런 수청을 들려고 한 일은 아니다.

그녀들이 내 앞에서 옷을 벗었다고 말했지만 굳이 표현 하자면 내 앞에서 벗었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나의 카메라 앞에서 벗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알몸의 그녀들과 나 사이엔 언제나 나의 카메라란 놈이 떡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웬수 같은 놈은 단 한 번도 나를 위하여 그 자리를 비켜준 적이 없다. “빌어먹을 놈, 염병이나 걸려서 뒈져라”

댓글 1개:

  1. 이 여행기는 한국사진방송(www.한국사진방송.com) 컨텐츠 메뉴를 통하여 본격적으로 연재되게 되며 여기 다 수록하지 못한 많은 사진작품들과 이 여행기의 핵심인 누드작품들을 대거 연재 할 예정입니다.

    설 연휴 지나고 2월 중순경 출범할 한국사진방송국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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