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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6일 월요일

갤러리아트사간 - 루트개인전 한국사징방송 김혜림 기자


갤러리아트사간 - 루트개인전









영적인 열기가 느껴지는 성지순례에 대한 다큐멘트



김영태 (현대사진포럼대표)



성지순례의 사전적 의미는 ‘순례자가 종교적 의무를 지키거나 신의 가호와 은총을 구하기 위하여, 성지 또는 본산(本山) 소재지를 차례로 찾아가 참배하는 일’을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종교적인 믿음을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사 이래 거의 모든 종교에서 오랫동안 행하여진 종교적인 전통이자 중요한 종교적 행위이다. 또 동시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많은 신앙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개인전을 갖는 루트는 2004년도에 폴란드에서 열린 도보성지순례에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을 데리고 함께 참여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도 밝혀 듯이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무엇인가 근원적인 것에 접근하려고 했고, 자신의 방식으로 절대자에게 대항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또한 신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한계지점을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성지순례는 9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이 기간 내에 자신이 체험한 여러 사건들을 통하여 자신의 정신적인 영역을 자유로운 태도로 기록했다. 작가는 35 mm 소형카메라를 사용해서 직관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소형카메라의 기계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이 보고 느낀 감정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 한 것이다.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기본적으로 사실적인 매체다. 그러므로 어느 표현매체보다도 현실을 감동적으로 재현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표현매체로서의 특성 때문에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진의 대명사였고, 사진의 사회적인 역할이 높이 평가되었다. 하지만 사진은 표면적으로는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절대적인 객관성을 유지하는 매체는 아니다. 사진을 찍는 이의 세계관에 따라서 동일한 사건이라도 다르게 해석되고 재현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즉 찍는 이의 태도에 따라서 결과물의 의미가 달라진다. 말 그대로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은 여러 표현 미디어 중에 하나이다. 루트가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에서는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성지순례 기간 중에 자신이 목격한 여러 상황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전달한다.

도보순례기간 중에 날씨가 매우 무덥고 비가 자주 내렸다. 또 텐트생활을 하기 때문에 잠자리도 불편하고 먹는 것도 열악했다고 한다. 그래서 참여한 이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는 이러한 여러 어려운 난관들을 짐작 할 수 있는 상황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인생의 축소판과 같은 성지순례의 여정이 담겨져 있다. 삶의 희, 노, 애, 낙이 사진 한 장에 한 장에 스며져 있는 것이다. 그중에는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리얼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의 특정한 장면 같은 사진도 있고,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 기획하는 다큐멘터리 연재물에 게재된 사진 같이 보이는 작품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누구나 감동받을 수 있는 기호로 채워져 있는 사진들이다. 예를 들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는 표정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요소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하지만 작가의 주관적인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이 최종 결과물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므로 대중적인매체를 통해서 발표되는 저널리즘사진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프랑스출신의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제시한 스튜디움(studium)적인 요소와 푼크툼 (punctum)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작품 한장 한장을 살펴보자면 우선 내용적으로 표층적이지 않고 심층적이다. 또 시각적으로도 컬러가 감각적이고 동시대적이다. 카메라 앵글 및 프레임의 선택도 진부하지 않고 세련되고 조형적이다. 또한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도 동어 반복적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장소의 이동 등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또 작품 여기 저기에 천주교 문화가 담겨져 있고,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건축물들은 폴란드의 문화를 짐작하는데 필요한 정보로서의 역할을 한다. 작가의 표현의도와는 무관하게 다양한 기호들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가가 체험한 사건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기도 하지만 여러 상황을 충실히 세밀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보는 이들과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지점이 발생 한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저널리즘매체에 실리는 사진들과는 다른 층위에 있는 예술적인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작품으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루트가 발표하는 작품은 내용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심층적이므로 예술적인 가치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작가는 저널리즘적인 내용을 표현대상으로 삼았지만 작가가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개성적인 해석을 하고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성취한 결과이다. 루트가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은 인생의 또 다른 의미를 환기시키는 지극히 사적인 다큐멘트이다. 또한 여행사진 혹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동시대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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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 (artsagan@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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