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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지하철 다큐 2 한국사진방송 김가중


지하철 다큐 2
“그냥 뭘? 그런 것 찍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어린 소년이 그 날의 수익금을 어른들에게 바치는 장면이 나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친다. 곱상한 청년이었다. 옷차림도 말끔하다. 노숙자 같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봐 뭘 찍는 거야?”

“그냥...”

“그냥 뭘? 그런 것 찍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알아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

“이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야?”

이 자와 실강이를 벌이다 저 앞의 노숙자들에게 들키는 날에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촬영을 하기 전에 남대문경찰서에 가서 의논을 하였지만 그곳에서의 답변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누구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곳의 노숙자들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경찰에서도 속수무책이란 답변을 들은 터였다. 물론 이 작업을 하던 십수년전의 일이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더 이상 촬영하지 않겠다고 그 청년과 약속을 하고 나오는데 더욱 아린 장면이 포착되었다. 초겨울인데 반바지만 입은 너댓 살 되었을 어린 형제들이 신문지 몇 장만을 바닥에 깐 채 잠들어 있었다.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노출은 떨어지고 또 눈치 채기 전에 속사를 해야 되기에 어려운 촬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Try-x(코닥 400 흑백필름)가 들어 있었을 것이고 감도는 800이나 1600에 세팅하였을 것이고 필름현상 때 증감 현상을 해야만 되었을 것이다. 오래되어 기억이 아삼아삼하지만 ....



술추렴을 하는 노숙자들 사이에 한 청년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잠시후 그가 한쪽 구석에서 펼친것은 튀긴닭 한마리였다. 그가 그 닭을 먹으며서 입안에서 연신 뱉어 낸것은 닭뼈가 아니었다.. 부처님의 사리같은 까만색 이빨이었다. 심한 영양실조와 방치된 충치로 부서지고 있었던것이다. 그 장면은 차마 카메라에 담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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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중 (artf@paran.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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