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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8일 토요일

칸 누드비치 여행기, 한국사진방송 김가중



프랑스인도 아니고 고흐도 아니었기에 권총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지랄바람 미스트랄이 안 불어오더라도 이곳에선 미치기가 십상이죠. 어쨌든 우리들은 차를 돌려 산속에서 나와 칸느의 해변으로 내려왔습니다.
와 하얀 돛대가 파란 하늘에 가지런히 비치고 하얀 요트들이 열 지어 선창에 서 있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전에 같았으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겠지만, 머릿속에 오직 리의 나신 만이 꽉 차있을 뿐 카메라를 꺼내들 염이 없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녀에게 비키니 차림의 촬영을 요구하여 보았습니다. 천천히 한 겹씩 벗겨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다행히 순순히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파란 하늘, 흰 구름, 붉은 바위들, 불그죽죽한 바위 절벽위엔 웅장한 성이 하늘높이 솟아 있더군요. 그 성은 그녀의 하얀 몸매와 천상의 어울림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좀 더 과감한 노출을 요구해 보았습니다. 하얗고 봉긋한 유방이 한 쪽 어깨를 벗어
난 수영복 사이로 살포시 드러내었습니다. 쫄깃쫄깃해 보이는 꼭지가 비틀고 싶을 만큼 앙증맞았습니다.
시커먼 것이 카메라 앞을 막아섰습니다. 민대 머리의 장한이었는데, 그동안 우리들이 하는 양을 계속 훔쳐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파리에서 온 휴양객인데 요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에게 자신의 요트를 빌려 주겠으니 바다로 나
가서 촬영을 할 생각이 없느냐며 접근을 해오더군요.
리는 솔깃해 했지만,
나는 조금 전의 산속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요트를 타고 나가는 것은 고려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녀석이 꺼림칙하기도 하였고요. 후에 열기가 훅훅 피어오르는 산속 보다는 요트를 타고 넓은 대양으로 나가 촬영하는 것이 백배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후회를 하였습니다만 당시엔 괜스리 일언지하에 노를 외쳤습니다.
녀석은 마드모아젤 리의 몸매가 너무나 아름다워 사귀고 싶은데, 남편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녀석과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편이면 어떻고 아니면 뭘 어쩔건데? 남자에게 젖꼭지를 내놓고 촬영하는것을 보아놓고도 무슨 그걸 말이라고 씨부렁 거리냐? 한 성질 한다는 것은 전 세계 75억 인구가 다 아는 사실인데 이 인간만 유독 모르는 모양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 된것이 이번만은 아니지만, 참 어이가 없더군요. 녀석은 그 끈적이는 눈빛을 거두지
않고 끝내 그녀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더군요.
'고흐만큼이나 미친 넘아,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짓거리를 보고서도 모르겠냐? '
속으로 욕을 한 바탕 퍼부어 주고 차를 돌려 산으로 가려고 하는데, 녀석이 차를 가로막고 비켜주질 않는 겁니다. 그새 리에게 홀딱 반했다며 주절주줄 죽이 맞습니다. 빌어먹을 이 동네 왜 이래? 미스트랄은 뭐하고? 귀신은 다 낮잠 주무시나? 아무리 반해도 그렇지 가려는 차를 가로막고 데이트를 신청할 상황인가 말입니다. 마음은 급한데 차를 가로막은 녀석과 리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재잘재잘 끝없이 대화를 이어갑니다. 비로소 리가 참새처럼 재잘재잘 말을 참으로 잘하는 여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언가 불끈 치솟아 올라 녀석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째렸는데 녀석의 색안경을 지나 민대머리 끝가지 다 째려보는데는 테제베가 파리에 도착할 만큼의 시간보다 더 긴 것 같았습니다. 녀석은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튼실한 체구입니다. 금강송 만큼이나 단단해 보이는 허벅지와 시커먼 털, 햇볕에 그을린 구리 빛 피부는 마치 철판을 씌운 것 같았죠. 위로 갈수록 딱 벌어진 어깨와 우람한 팔뚝은 그저 모른 척하고 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것을 금새 느꼈습죠. 빌어먹을 프랑스에서 배운 것은 무조건 참아야 된다는 거라는 것을 이미 여러 번 말한 것 같네요.
반금련의 남편인 무대랑이 생각났습니다. 그 멍청이 외에 또 하나 생각나는 머저리가 있고 그 머저리와 내가 동격이란 생각에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얘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그 머저리의 이름을 알리라고 붙이겠습니다.
알리와 무대랑은 모든 것이 흡사했습니다.
반편같이 약간 모자라는 것부터 배알은 애초부터 없는 것처럼 무조건 좋은 게 좋은 겁니다. 마누라들이 수호지나 탈무드에 기록될 만큼 절색이란 것까지 닮았습니다.
단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무대랑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 금련을 철석같이 믿으며 뒈졌다는 것이고, 알리는 아내가 연인원 700명(하루에 2명 X 365일)이란 숫자를 기록할 만큼 소문난 화 냥 년 이 란 것 을 잘 알 고 있 었 다 는 것 입 니 다.
그래도 알리는 나처럼 잘 참았죠,
아내가 하루에 두 명씩과 데이트를 즐겼지만 알리를 위해 열정을 조금 남겨두었다가 때때로 거시기를 하게 해 주었거든요. 그런데 그마저도 소홀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알리는 참다못해 하느님에게 겁 없이 기어올랐죠. 이제 더 이상 보이는 게 없었으니까요.
"하느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가 남에게 못할 짓을 한적이 있습니까? 제가 지은 죄가 깃털만큼의 무게라도 된다는 것입니까?"
"아들아 네가 착하다는 것은 이 책에도 기록이 되어 있느 니라, 너의 죄 없음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제 가슴이 이렇게 갈갈이 찢어지고 아픈데 "
"아들아, 참아야 하느니라, 김가중이가 파리여행기에 쓰지 않았더냐? 한 두번도 아니고, 프랑스에선 논리나 상식은 필요 없고, 오직 인내만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프랑스가 아니지 않습니까?"
"인내는 어디에서든 통한단다. 여기든 프랑스든 따질 것 없느니, 너희 인간들의 학교에 인내는 쓰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다고 써 붙인 학교가 제일 많지 않더냐?"
"아니 지금 염장 지르는 겁니까? 하느님, 중요한 사실은 지금 내 마누라가 어디 가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느냐 이겁니다."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느냐? 아무리 나의 능력이라도 음탕한 여자에겐 미치지 못하는구나. 그녀들은 남을 속이는 데는 이골이 났고, 애교로 녹이는 데는 포철의 용광로보다 성능이 앞선다는 것을 너도 경험을 하지 않았더냐?"
"어이구,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십니까? 제발 나 좀 살려 주십시오"
"휴우 ~ 할 수 없구나, 내가 네 아내의 바람기를 막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 주마,"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진즉 그리 하시지요"
"시끄럽다, 세상에 단 한 개밖에 없는 골무인데, 사실은 내 아내에게 사용하려고 했는데......네 눔 등쌀에."
"아니 그럼 사모님도?"
"시끄럽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이 그 까이 것을 가지고 화를 내고 그러셔요, 이제야 말이지만, 하느님이 제게 뭘 해주셨다고 그까짓 골무하나를 가지고 야박하게 구십니까? "
"됐다 그만해라, 주면 될 것 아니냐? 이 골무는 아주 영험하여 이것을 네 손가락에 끼고 있는 한은 네 아내의 바람기를 조금도 걱정 할 필요가 없느니라, 그런데 이 골무는 네가 손가락에 끼고 있을 때 외에는 아무런 효험이 없음을 명심하여야 되느니라."
"걱정 마십시요, 맹세코 이 시간 이 후 손가락에서 이 골무를 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설사 제 손가락이 물러 터진다 하더라도"
알리는 하느님에게 진심으로 경배를 올리고, 하느님이 내민 가죽으로 된 골무를 받아 손가락에 깊숙이 끼어 넣었습니다.
알리는 이마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꿈속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주신 골무만큼은 너무나 기억에 생생했습니다. 아직도 그 골무가 손가락에 끼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손가락을 향하여 고개를 천천히 돌렸을 때, 자신의 손가락이 아내의 사타구니 사이에 깊숙이 박혀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그 때부터 이미 하느님도 인간들의 불륜에 크게 고민하고 있었나 보더군요, 십계명을 통하여 경고까지 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느님 포고문 제5장 : 이 시간 이후에 네 이웃집 여자를 보고 침을 흘리는 인간들에겐 알리의 여편네를 아내로 점지하고 말테니 각별히 조심들 하도록 하라!
유태의 경전 탈무드에서 빌려온 얘기입니다.
민대머리와 헤어진 우리들은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새롭게 시작을 하였습니다. 기분이 별로였지만 오로지 참고 또 참기로 하였지요, 어차피 내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몸뚱이를 복사한 이미지일 뿐이지 그녀의 사생활이나 정신상태가 아니었거든요.
리는 별 망설임 없이 옷을 벗어 내렸습니다. 어떻게 찍었는지 모를 만큼 허급지급 카메라를 혹사 시켰습니다. 언제나 남는 아쉬움이지만 그때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 더 라 면 하 는 아 쉬 움 이 진 하 게 남 았 습 니 다.
한편 숲속에선 청소부 아저씨들이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겨 가며 엿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훔쳐보기만 할 뿐 다른 어떤 문제도 야기시키지 않는다면 구태여 그 문제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모른 척 하였습니다. 아마도 리가 눈치 채었다면 틀림없이 촬영이 중지 되었을 것이고
그나마 또 공쳤을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프랑스처럼 청소부가 흔한 나라도 없을 겁니다. 이런 외진 산속에 청소부가 왜 필요한지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아마도 이 산속에서 오늘 배출된 쓰레기라고는 조금 전에 우리들이 점심을 먹고 버린 약간의
오물 외엔 전혀 없었을 터입니다.
그 점심후의 약간의 오물을 비난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말씀드리는데, 프랑스에선 시민들이 담배꽁초등의 오물들을 절대로 쓰레기통에 넣지 않습니다. 행여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으면 그것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서 던지는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입니다.
프랑스의 공무원들은 철저히 국민들의 공복입니다.
시민 여러분, 제발 쓰레기들을 아무 곳에나 버리십시오. 그 나머지는 저희가 처
리 하겠습니다. 라는 구호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 점에선 출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요 여러분은 낳기만 하십시요, 키우는 것은 정부가 맡겠습니다. 즉 프랑스 정부는 국민들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해 드릴 수 있을지를 자나 깨나
고민하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우리네처럼 자기 할일은 제쳐두고 온 국민이 나서서 쓰레기치우는 일을 저마다 해야 되고 정부는 고자세로 “금요일 오후 6시 이후에만 내다 놓으쇼.” 하는 현수막 하나 붙이면 그대로 알아서 기는 국민은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가 유일 할 것입니다.
미흡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산속의 누드로 인하여 그 출발점은 마련이 되었습니다.
작품의 수준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그 의미만은 암스트롱이 달나라 표면에 발자국을 깊게 새긴 것과 맞바꾸자고 해도 어림없을 터였죠.
"프랑스의 판사부인 나체사진 찍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라고 소리를 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유럽의 최강국 프랑스의 판사부인의 나체를 기어이 나의 카메라에 구겨 넣었습니다. 칸느의 해변에서 그녀를 만나 그녀의 누드를 찍기 까지 불과 며칠 동안의 이야기이지만 내게는 만리장성을 쌓는 것 이상으로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책으로 내었는데 “칸느 누드비치 몰카 촬영기”입니다. 이 책을 내고 선전하느라 모 사이트에 표지 작품을 누드로 실었더니 난리가 났더군요. “네 마누라와 아이들이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데 몰래 찍어다가 책 내면 되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사건건 논란을 몰고 다니는 못된넘 이라고 욕 많이 먹었습니다. 그 사람들 말이 사실 맞을 것 같고 내가 한 짓거리가 용남이 안 되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각설하고 이렇게 하여 판사부인을 벗겼는데, 여기까지가 칸느 누드 비치의 판사부인 제 1편 끝입니다.

그 동안 애독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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